전자제품의 핵심 요소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먼지를 비롯한 제반 환경 조건이 통제되는 공간을 의미하는 클린룸에서 생산된다. 하지만 청결하게 세정 및 소독된 이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종종 건강에 심각하게 유해한 화학물질에 노출되고는 한다. 즉각적인 참사와 달리 화학물질의 축적으로 인한 질병은 외관상 눈에 띄지 않은 채 세대에 걸쳐 느리게 발병한다. 시큼하기도 하고 달큼하기도 했던 냄새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? ‘청정하다’는 것은 생산의 안정적 극대화를 의미할 뿐 신체의 안전과는 동떨어진 의미일까? 아이러니하게도 최첨단 기술의 현장의 보이지 않는 독성과 그 위험을 증명하는 것은 오직 클린룸을 드나들며 노동해 온, 물질이 통과하는 몸과 희미한 냄새의 기억뿐이다.